현대사의 많은 시간 동안, 우리는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에 확신을 가져왔습니다. 예를 들어, 1963년 워싱턴 대행진(March on Washington)을 담은 사진은 약 25만 명이 참여했던 당시 행사의 엄청난 규모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처럼 사진은 우리가 역사의 한 장면을 직접 목격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조차 매우 사실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보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이러한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역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사료와 증거를 어느 정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 왔습니다. 사진은 연출될 수 있고, 선전물은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조작할 수 있으며, 같은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도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객관적으로 보이는 자료조차 전체 모습의 일부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탈린 시대의 소련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치적 인물들이 권력에서 밀려나면서 역사적 기록에서 이들을 지우기 위해 사진이 수정되기도 했습니다. 한때 소련의 고위 관료였던 니콜라이 예조프(Nikolai Yezhov)는 1940년 처형된 후, 스탈린과 함께 찍었던 사진에서 사라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진 편집은 포토샵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단순히 연도와 사건을 암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엡솜의 Year 7 학생들은 Term 1을 시작하며 역사학자의 사고방식과 분석 능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1차 사료(Primary Sources)를 살펴보고, 접하는 자료 속에서 편향(Bias)을 식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이것을 만들었을까?”, “왜 만들어졌을까?”, “빠져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다른 증거를 통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까?”. Year 12와 Year 13의 정치학(Politics) 학생들 역시 이와 같은 분석 능력을 오늘날의 사회에 적용합니다. 연설과 통계, 선거 캠페인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현재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권력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장까지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이러한 질문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마주한 과제는 더 이상 단순히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정보를 믿을 만한 것으로 판단할 것인가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라는 표현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지 모릅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빠르게 확산되는 수많은 주장,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우리가 보는 것을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엡솜 컬리지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기억해야 할 질문은 어쩌면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직접 보기는 했지만, 과연 믿어도 될까?”
워싱턴 대행진: 역사적인 인권 운동 현장의 사진들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대행진(March on Washington)이 열렸습니다. 이날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역사적인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을 통해 인종 평등과 자유를 향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Mr Myles Worthe
Head of History and Politics